사실 다녀온 지는 벌써 몇 달이 지났어요.
지난 3월, 하코다테 여행 때 들렀던 카이코우보(海光房)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봅니다.
홋카이도 하면 역시 게잖아요 ㅎㅎ
그중에서도 꼭 제대로 된 털게(毛がに)를 먹어보고 싶어서 미리 점찍어둔 곳이었죠.
털게 맛집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기 전부터 기대가 컸고요.
그렇게 3월 16일 저녁에 다녀왔는데 —
시간이 이만큼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 먹은 털게 맛이 잊히질 않아서, 늦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 빨간 간판과 대왕문어 수조, 입구부터 압도되는 곳

저녁 무렵 도착하니 '函館海鮮料理 海光房'이라 적힌 파란 입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조금 더 다가가면 빨간 간판과 '활(活)' 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수조들이 줄지어 있고요. '활がに·활魚·활いか' — 살아있는 게, 생선, 오징어를 그대로 보여주는 외관이라니. 들어가기도 전에 "여긴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집이구나" 싶었죠.

그리고 입구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친구. 바로 수조 안의 대왕문어(大ダコ)예요.

'깜짝!! 대왕문어'라는 노란 팻말까지 붙어 있으니, 괜히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ㅋㅋ
입구 안쪽으론 유명인들 사인이 빼곡했어요.


이런 사인들 보면 '아, 진짜 유명한 데가 맞구나' 하고 한 번 더 실감하게 되잖아요.
🦑 도난(道南) 최대 규모, 가게 한가운데 수족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가게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한 거대한 수족관.
도난(홋카이도 남부)에서 가장 큰 수조라는데, 실제로 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수조 안엔 전복(あわび), 가리비, 활つぶ(소라), 굴, 타라바(킹크랩)까지 온갖 해산물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흰 조리복 입은 조리장님이 직접 손질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데, 이 장면 하나로 '신선하다'는 느낌이 확 오죠.
유리 부표 모양 조명에 우드톤 인테리어, 일본 전통 감성까지. 공간 자체 분위기도 참 좋았네요.

주문 방식도 마음에 들었어요.
메뉴판은 일본어판과 관광객용 영어판이 따로 비치돼 있어서, 일본어를 몰라도 부담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테이블마다 터치패드가 놓여 있어서, 먹고 싶은 메뉴를 화면에서 골라 누르면 끝.
직원을 부르느라 눈치 볼 일도 없고,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선 이만큼 편한 시스템이 없죠.
🦀 메인은 역시 털게 — 찜과 회로 두 번 즐기기
이날의 주인공은 두말할 것 없이 털게.
먼저 털게 찜(毛がに 蒸し). 대나무 찜기에 반으로 갈라 담겨 나오는데, 하얗게 꽉 찬 게살이랑 진한 게장(내장)이 그대로 보이니까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이다" 싶더라고요.

게살은 부드럽고 달큰.
게장에 살을 비벼 한 입 넣으니 진한 바다 향이 입안에 쫙 퍼졌습니다.
아, 이 맛에 털게를 먹는구나 싶었죠.
또 하나는 털게 회. 얼음 위에 올라온 투명하고 탱글한 생물 게살이라니, 비주얼부터 호화로웠습니다.

차이브에 시소잎, 레몬, 워터멜론 래디시까지 곁들여져 보기에도 예뻤고요.
한 점 집어 먹으면 게살 특유의 단맛이 쫀득하게 씹힙니다.
같은 게를 찜과 회, 두 가지로 다르게 즐기니 만족도가 확 올라가더라고요.
🍚 게살 듬뿍, 카니 차항(게살 볶음밥)

게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카니 차항(게살 볶음밥)도 시켰습니다.
볶음밥 위에 게 한 마리가 통째로, 게살은 산처럼 듬뿍. 비주얼부터 임팩트가 상당하죠.
밥알 하나하나에 게 풍미가 배어 있고, 위에 올라간 게살을 같이 비벼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됩니다.
든든하게 마무리하기 딱 좋은 메뉴였네요.
🦑 하코다테니까 빼놓을 수 없는 이카(오징어) 통구이

하코다테가 오징어로 유명한 동네니까 이카 통구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뜨겁게 달군 철판에 통오징어가 먹기 좋게 썰려 나오는데, 버터간장이 지글지글 끓으면서 올라오는 향이 아주 그냥, 끝내줬습니다.
쪽파 듬뿍 올려 먹으니 오징어의 쫄깃함이랑 고소한 소스가 딱 맞아떨어져서, 술안주로도 최고.
🐟 생선구이 & 🦀 카니 크림 고로케

겉은 노릇,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도 곁들였어요. 레몬 살짝 뿌려 먹으니 담백하고 깔끔하더라고요.
여기에 바삭한 카니 크림 고로케(게살 크림 크로켓)까지. 한 입 베어 물면 안에서 부드러운 크림이랑 게살이 주르륵 흘러나오는데,
짭짤 고소한 게 자꾸 손이 가죠.

🍶 반주로는 기타노사토 소주 한 잔
신선한 해산물에 반주가 빠지면 섭섭하죠. 이날은 기타노사토(喜多の里) 본격 소주(25도) 한 병을 곁들였습니다.
게살의 달큰함에 구이의 고소함, 거기에 깔끔한 소주 한 잔까지 더해지니 저녁 한 끼가 더없이 풍성해졌네요.
✔ 총평 — 하코다테에서 털게 한 번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 입구 대왕문어 수조부터 압도되는 비주얼
- 도난 최대 규모 수족관 — 신선함을 눈으로 확인 가능
- 털게를 찜과 회, 두 가지로 즐길 수 있는 구성
- 카니 차항·이카 통구이·생선구이까지 곁들이기 좋은 라인업
- 우드톤의 차분한 일본 감성 공간
가격은 솔직히 좀 있는 편. 그런데 그만큼 해산물 선도가 워낙 좋고 맛있어서 '비싼 값을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특히 털게 맛은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ㅎㅎ
여행이 끝난 지금도 가끔 그 달큰하고 진한 게살이 떠오를 정도니까.
신선한 해산물에 분위기, 거기에 '여기 진짜 유명하구나' 싶은 명성까지.
여행 중 한 번쯤 제대로 된 홋카이도 게 요리가 당긴다면, 하코다테에선 카이코우보, 꼭 기억해두시길.
📍 카이코우보 KAIKOUBO (函館海鮮料理 海光房)
- 주소 · 北海道 函館市 若松町 11-8 (〒040-0063 /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와카마츠초 11-8)
- 영업시간 · 오후 5:00 ~ 11:00 (17:00~23:00)
- 특징 · 도난(홋카이도 남부) 최대 규모 수조, 활어·활패·활게 전문점
- 홈페이지 · hakodate-kaikoubo.com
- 메뉴(타베로그) · tabelog.com
※ 영업시간·휴무는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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